기차를 자주 이용하다 보면 역마다 승강장의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역에서는 계단을 내려가면 양쪽에 선로가 있고 승강장은 가운데에 있다. 반대로 승강장 하나의 한쪽에만 선로가 있는 역도 있으며, 규모가 큰 역에서는 여러 개의 승강장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기도 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역의 크기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여러 역을 이용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역에서도 가운데 승강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고, 큰 역에서는 서로 다른 형태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는 철도를 건설할 당시의 공간과 선로 수, 열차 운행 방식, 승객의 이동 동선 등을 함께 고려한 결과다. 이번에는 우리가 기차를 기다리는 공간인 승강장이 어떤 구조로 만들어지는지 살펴본다.
양쪽에 나뉘어 있는 상대식 승강장
가장 이해하기 쉬운 형태 가운데 하나가 선로 양쪽에 각각 승강장이 설치된 구조다. 철도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형태를 상대식 승강장이라고 부른다.
두 개의 선로가 가운데를 지나고 그 바깥쪽에 승강장이 하나씩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한쪽 승강장에서는 한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반대편에서는 반대 방향 열차를 이용하는 식이다. 수도권 전철을 이용하면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이 방식은 열차의 진행 방향과 승강장을 구분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반대 방향 열차를 타야 할 때는 계단이나 지하통로, 육교 등을 이용해 다른 승강장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역에 들어간 뒤 방향을 잘못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반대편으로 이동하기 위해 다시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전철역에서는 승강장으로 내려가기 전 행선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운데 하나의 승강장을 사용하는 섬식 구조
두 선로 사이에 하나의 승강장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위에서 바라봤을 때 승강장이 선로 사이의 섬처럼 자리 잡고 있어 섬식 승강장이라고 한다.
승객은 하나의 승강장에서 양쪽 방향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반대 방향으로 이동해야 할 때 별도의 승강장으로 건너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환승역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승객의 이동 동선을 줄이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다만 모든 역을 섬식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승강장이 들어갈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선로의 배치도 그에 맞게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철도에 새로운 역을 추가하거나 이미 만들어진 시설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주변 건물과 도로, 선로 구조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승강장 형태를 자유롭게 선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큰 기차역에는 승강장이 왜 많을까?
서울역이나 부산역처럼 여러 열차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대형 역에 가면 승강장이 여러 개로 나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상행과 하행 열차만 구분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고속열차와 일반열차 등 여러 열차가 들어오고 나가며, 출발을 기다리는 열차가 일정 시간 승강장에 머무르기도 한다. 따라서 하나나 두 개의 승강장만으로는 많은 열차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
열차 한 대가 승강장에 정차해 있는 동안 다른 열차가 들어와야 하는 상황도 있기 때문에 여러 선로와 승강장이 필요해진다.
이 때문에 대형 역의 전광판을 보면 같은 목적지로 가는 열차라도 출발 승강장이 서로 다른 경우가 있다.
기차를 여러 번 이용했더라도 익숙한 역이라고 생각해 바로 승강장으로 이동하기보다는 그날 표시된 타는 곳을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유용하다.
승강장의 높이도 모두 같지는 않다
승강장을 자세히 보면 높이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시철도에서는 열차 바닥과 승강장의 높이를 가능한 한 비슷하게 만들어 승객이 편리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일반철도에서는 노선과 차량, 역의 건설 시기 등에 따라 승강장과 열차 출입문의 높이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오래된 기차를 떠올리면 객차에 오르기 위해 계단을 밟았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철도 차량과 승강장 시설이 변화하면서 승하차 방식 역시 조금씩 달라져 왔다.
최근의 철도 시설에서는 이동이 불편한 승객도 쉽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 엘리베이터, 경사로, 점자블록과 같은 시설이 함께 설치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승강장 안전시설도 계속 발전했다
승강장은 승객과 움직이는 열차가 가장 가까워지는 장소다. 따라서 구조만큼 중요한 것이 안전시설이다.
승강장 가장자리에는 안전선과 점자블록 등이 설치되어 열차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안내한다. 역의 형태와 노선에 따라 스크린도어와 같은 안전설비가 설치된 곳도 볼 수 있다.
안내 전광판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착할 열차의 종류와 행선지, 정차 위치 등을 미리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승강장이 주로 열차를 타고 내리기 위한 공간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승객의 이동 편의와 안전까지 세밀하게 고려하는 공간으로 발전한 셈이다.
철도역을 이용하면서 이런 시설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평범하게 보였던 승강장에도 상당히 많은 설계 요소가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무리
철도역의 승강장 모양이 서로 다른 것은 단순히 디자인의 차이 때문이 아니다. 선로가 어떻게 놓여 있는지, 얼마나 많은 열차와 승객이 이용하는지, 역 주변에 어느 정도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양쪽으로 나뉜 상대식 승강장과 선로 사이에 자리한 섬식 승강장은 각각 장점이 있으며, 대형 역에서는 여러 형태를 조합해 많은 열차를 처리하기도 한다.
다음에 기차나 전철을 기다리게 된다면 열차만 바라보기보다 승강장이 선로와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도 한번 살펴볼 만하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기차역의 구조가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다.
FAQ
Q1. 섬식 승강장은 왜 '섬식'이라고 부르나요?
승강장이 두 선로 사이에 자리해 위에서 보면 선로 사이의 섬과 같은 형태로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Q2. 모든 기차역의 승강장을 같은 형태로 만들 수는 없나요?
어렵습니다. 선로 수와 열차 운행 방식뿐 아니라 기존 시설, 주변 공간, 승객 동선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역의 조건에 따라 적합한 형태가 달라집니다.
Q3. 큰 역에 승강장이 여러 개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러 종류의 열차가 동시에 도착하고 출발하거나 일정 시간 대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승강장을 활용하면 많은 열차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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